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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와 이상이 충돌하다 – 고려 말 권문세족과 신진사대부의 갈등 권문세족의 등장과 고려 후반 권력 구조고려의 후반부는 정치·사회적으로 대격변의 시기였다. 특히 원 간섭기를 거치며 고려는 외세의 영향 아래 놓였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지배 엘리트 계층, 즉 권문세족이 등장했다.대규모 토지와 노비를 소유하고 고위 관직을 독점한 귀족 가문 중심의 특권층인 권문세족은 고려 초기 문벌 귀족과는 달리, 원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권력을 얻고 유지한 친원파였다. 예를 들어 기철(奇轍) 가문은 원나라와의 혼인 관계를 통해 고려 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이는 왕권을 압도할 만큼 강력한 정치력을 갖게 했다.이들은 국정을 농단하고, 지방 관리에 친인척을 배치하며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국가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었다. 대토지를 소유하고 노비를 늘려가며 세금을 회피하거나 수탈을 일삼는 일.. 2025. 6. 28.
경전 위에 피어난 예술 – 고려 불교 문화와 팔만대장경의 위대한 기록 고려의 불교 수용과 불교 국가로서의 성격한반도의 역상에서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은 대표적 국가였다. 고려의 시조인 태조 왕건부터 시작해 문종, 예종, 의천, 지눌 등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은 왕과 고승들이 줄을 이었다. 불교는 단지 종교로서가 아니라, 정치, 문화, 윤리의 기반으로 작용하며 고려 사회 전체를 이끌었다.고려는 불교를 통해 국가의 정통성과 안녕, 백성의 복지, 왕권의 신성함을 표현했다. 왕실은 불교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전국에 사찰을 세우며 법회를 열었다. 국난이 있을 때마다 대규모 기도와 불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으며, 불교는 국가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불교는 또한 고려 지식인의 사상적 기반이기도 했다. 불교의 공, 연기, 자비의 가르침은 개인의 수양뿐 아니라 정치와 .. 2025. 6. 28.
혼란을 넘어 하나로 – 고려의 후삼국 통일과 왕건의 위대한 여정 후삼국의 성립과 분열된 한반도신라의 삼국 통일이 완성된 이후 한반도는 잠시 평화를 누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통일 이후 귀족 중심의 체제, 지방 호족의 성장, 왕실의 권위 약화, 농민 봉기와 민란의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신라의 통치력은 빠르게 약화되었다.9세기 후반, 신라의 핵심 권력은 골품제 귀족들이 장악했고, 왕권은 점차 상징적인 존재로 전락해갔다. 무능한 행정과 높은 세금의 수탈로 지방에서는 이에 지친 백성들이 이탈하여, 스스로 무장하고 독자적인 통치를 시작한 호족 세력이 부상하기 시작한다.이러한 혼란 속에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하나는 후백제의 견훤, 다른 하나는 후고구려(나중에 태봉)의 궁예다. 이들은 각각 백제와 고구려의 부흥을 기치로 들고 일어나 신라에 대항했다.견훤은 892년.. 2025. 6. 28.
고대 동북아의 숨은 제국, 발해 – 그 찬란한 시작과 존재의 의미 발해의 건국과 대조영의 리더십발해는 698년 대조영에 의해 건국된 고대국가로, 고구려 멸망 이후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정체성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발해는 오늘날 한반도 북부와 만주, 연해주 일부지역의 광대한 영토를 기반으로 삼았으며, 약 230여 년간 존속하면서 동북아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대조영은 본래 고구려 유민으로, 고구려가 668년 멸망한 후 당나라의 통제 아래 편입된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유민들과 말갈족을 결집해 독립국가 건설을 도모했다. 698년, 대조영은 말갈 세력과 연합하여 동모산에서 발해를 세우고, 자신을 진왕으로 칭하였다. 이후 그는 국호를 ‘진’에서 ‘발해’로 변경하며 명실상부한 자주 독립 국가로서의 위상을 드러냈다.대조영의 리더십은 단순.. 2025. 6. 27.
찬란한 빛,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 예술 황금의 나라 신라 – 금관과 장신구에 담긴 왕권과 예술신라는 삼국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금속문화를 꽃피운 나라이다. 특히 5~6세기에 나타난 신라의 황금 문화는 현재도 감탄이 나올 만큼 정교하고 세련된 금공예 예술을 보여준다. '황금의 나라'라는 별칭은 단지 상징적 수사가 아닌, 실제 유물에서 비롯된 사실이다.신라 황금문화의 정점은 단연 금관이다. 대표적인 금관으로는 경주 천마총과 금령총 그리고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유물들이다. 금관은 나뭇가지 모양의 수직 장식이 돋보이며, 상단의 가지는 신라의 신앙과 관련된 신성함과 왕권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금으로 만든 관테와 세부 장식은 얇지만 견고하고, 고리마다 달린 곡옥은 왕의 권위와 생명력을 상징한다.천마총에서는 금관뿐 아니라 천마도 장니갑(말 안장 덮개), 금.. 2025. 6. 26.
백제, 바다를 건너 문화를 나누다 – 고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주역 백제의 문화적 특성과 예술의 정수백제는 고대 삼국시대 국가중 세련되고 정교한 문화와 예술을 꽃피운 나라로 거론된다. 특히 백제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우아한 감각으로, 조형예술·건축·불교 미술 등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백제의 문화는 ‘조화’와 ‘세련미’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는 당시 고구려의 웅장함, 신라의 신비함과는 다른 백제만의 유연하고 감성적인 미적 감각으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다. 이 향로는 높이 61.8cm, 지름 19cm로, 산과 구름, 용, 연꽃, 새 등의 상징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 백제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고대 동아시아 조형예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백제인의 고상한 미의식과 정교한 금속기술을 동시에 보여주는 유물이다.또한 백.. 2025.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