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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수놓다 – 지역 설화를 담은 자수 디자인의 새로운 길

by kobs5163 2025. 5. 4.

전설을 수놓다 – 지역 설화를 담은 자수 디자인의 새로운 길
전설을 수놓다 – 지역 설화를 담은 자수 디자인의 새로운 길


우리는 왜 이야기에 이끌릴까요?
조용한 마을 어귀에 전해지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
산속에 숨겨진 사랑의 전설,
천년을 살아온 나무의 전해지는 전설.
이 모든 이야기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수를 통해 손끝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역 설화 기반 자수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매우 특별한 작업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흥미로운 주제를 세 가지 관점에서 나누어 소개합니다.

설화의 시각화 – 이야기를 실로 엮다

지역 설화를 자수로 표현하는 작업은
우선 ‘이야기를 이미지화’하는 작업부터 시작됩니다.

이야기에서 이미지로

예를 들어,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도깨비 설화를 살펴봅시다.
‘밤마다 절에 나타나 장난을 치는 도깨비가, 어느 날 수행자의 정성에 감동해 떠났다는 이야기’는
도깨비의 익살스러운 얼굴, 빛나는 염주, 붓글씨처럼 표현된 주문 등으로 자수 디자인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설화의 키워드(등장인물, 상징물, 공간)를 추출하고
그것을 자수 도안으로 해석하는 과정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스토리를 담은 ‘서사 자수’로 완성됩니다.

예시 아이디어

제주도 해녀 전설 자수 파우치
: 바다 속 인어와 조개, 거친 파도 자수 표현

경북 문경 새재 ‘장군 설화’ 브로치
: 장군의 투구, 말, 화살 등을 상징화한 디자인

이렇게 설화 기반 자수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닌 이야기 그 자체가 됩니다.

설화 + 자수 + 체험 = 지역 문화 콘텐츠로의 확장

이 자수 디자인은 단지 감상용에 그치지 않습니다.
체험형 공예 콘텐츠, 지역관광 프로그램, 교육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설화를 체험하다 – 워크숍 & 클래스 기획

예를 들어, 경남 하동의 ‘최참판댁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사랑의 징표가 된 ‘연꽃 노리개 자수’를 함께 수놓는 워크숍을 운영한다면?

참여자는 단순히 자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동이라는 지역과 인연을 맺고,
설화 속 주인공의 감정을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관광객 대상 지역 자수 키트 제작

: 이야기 설명서 + 자수 도안 + 자수 실 + 패브릭이 한 세트

설화 자수 전시 + 체험 부스 연계
: 지역 박물관, 관광안내소, 공예축제에서 활용

지역 학생 대상 이야기 자수 수업
: 지역 정체성을 배우고, 직접 자수로 표현하는 예술교육

기대 효과

지역 설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 유도

수공예와 로컬 콘텐츠의 융합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보는 여행’에서 ‘참여하는 여행’으로의 전환

자수 디자인으로 남기는 무형유산

설화 기반 자수 디자인은 단지 재미를 위한 작업이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사라져가는 지역 이야기를 손으로 기록하는 무형유산의 보존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수놓는 사람들

전국의 작은 마을에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설화들이 수십, 수백 가지 있습니다.
하지만 구술자(이야기 전해주는 노인)들이 사라지면, 이야기들도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이때, 자수로 기록하는 작업은 단지 예술이 아니라 기록의 행위가 됩니다.

강원도 정선의 ‘호랑이와 처녀’ 이야기를
자수 패널로 남긴다면, 그 자수는 그림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부산 동래의 학춤 설화를 무용과 함께 자수로 남긴다면,
후대는 이야기와 춤의 정수를 시각적으로 전해받을 수 있습니다.

자수 아카이빙 프로젝트로의 확장

지역별 설화를 수집하여
‘설화 자수 지도’를 만들고,
이를 전시하거나 기록집으로 묶는 프로젝트도 가능합니다.

박물관이나 공공기관과 연계하여
‘설화 자수 기증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적인 공예 아카이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설화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 땅의 정서, 사람들의 믿음, 슬픔, 사랑, 유머가
세대를 넘어서 전해지는 살아있는 ‘이야기의 씨앗’입니다.

그리고 자수는 그 이야기를 손끝으로 되살리는 마법의 도구입니다.
실 한 가닥, 바늘 한 땀이 만들어내는 설화 자수는
단순한 공예를 넘어, 문화유산을 잇는 작은 기록자가 됩니다.

당신의 마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그 이야기를 오늘, 한 땀 수놓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