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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사람들— 냄새 아카이빙 전문가에 대한 3가지 이야기

by kobs5163 2025. 4. 3.

냄새 아카이빙 전문가

 

우리는 사진으로 순간을 남기고, 영상으로 사건을 기록하며, 텍스트로 역사를 보존한다. 하지만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본능적이고도 감성적인 ‘후각’은 기록되지 않은 채 휘발된다.

누군가는 이 휘발되는 감각을 붙잡고자 한다. 누군가는 기억의 냄새를 보존하고, 감정의 향기를 저장하고자 한다.
그렇게 등장한 직업이 바로 ‘냄새 아카이빙 전문가(Scent Archivist 또는 Olfactory Curator)’다.

이 글에서는 이 기묘하면서도 매우 진지한 직업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탐색한다.

 

냄새를 저장하는 사람들 – 직업의 정의와 필요성


1) 직업 정의
냄새 아카이빙 전문가는 특정 공간, 사건, 인물, 시간의 냄새를 감지하고 분석하여, 재현 가능한 형태로 기록하거나 저장하는 직업이다. 이들은 향을 감각적 기록물로 간주하며, 후각 기반의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단순히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와는 구분된다.
조향사가 창작을 중심으로 한다면, 냄새 아카이빙 전문가는 ‘기록’과 ‘보존’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2) 이 직업이 생긴 이유
후각은 인간의 기억과 가장 밀접한 감각
→ 특정 향이 과거 감정과 장면을 생생히 소환

냄새는 사라지는 정보이기 때문에 기록이 어렵다
→ 후각을 저장하는 기술과 직업의 필요성이 생김

디지털 아카이브가 포괄하지 못하는 감각 정보의 보완
→ 시각·청각 중심의 콘텐츠를 넘어, 감성적 콘텐츠까지 보존

 

3) 활동 분야 예시
박물관, 전시관에서 공간의 향기 재현

유명 인물의 개인적 향기 기록 (예: 예술가의 작업실 냄새)

도시나 장소의 시간별 향 아카이브 (봄날의 교토, 새벽의 파리 등)

폐쇄 예정 건물/공간의 ‘기억의 향기’ 채취

영화, 연극, 문학 작품을 위한 냄새 연출 큐레이션

이들은 사라지는 냄새를 잡아 보존하고, 다시 누군가에게 그 감각을 전달하는 후각 기반 스토리텔러다.

 

냄새를 어떻게 기록하는가 – 감각 기록 기술과 예술의 접점


1) 냄새는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냄새의 구성 요소 분석
분석 장비: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C-MS)로 향을 구성하는 분자 구조 분석

정성 분석: 전문가의 감각을 통한 냄새 묘사 언어화 (예: 풋사과+비눗물+철 냄새)

정량 기록: 농도, 퍼짐 속도, 휘발성 등 데이터를 통한 향 성분의 수치화

감각 기반 묘사
향을 언어화: ‘습한 여름날 운동장 흙냄새’와 같은 직관적 표현

향을 이미지화: 시각적 색채, 질감과 연결해 저장

향을 스토리화: 냄새가 유발하는 감정을 기반으로 기억 보존

 

2) 냄새 재현의 기술
조향 재현: 기존 향과 유사한 조향을 통해 유사 향기 복원

디지털 향기 기술: 디지털 센서와 카트리지를 이용해 원격 향기 구현 (초기 단계지만 실험적 시도 진행 중)

냄새 프린팅 기술: 3D 프린팅처럼, 향을 조합해 뿌릴 수 있는 냄새 생성 장치 개발 중

예시:
파리의 한 박물관은 1920년대 파리 거리를 재현하기 위해 당시의 거리 냄새를 분석하고 유사한 향을 조합해 전시관 내부에 뿌렸다.

 

3) 냄새는 왜 감정을 소환하는가?
후각은 대뇌 변연계(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

시각보다 기억 회상의 정확도가 높음 (향기를 맡으면 그날의 대화, 기분까지 떠오름)

따라서 향은 시간의 타임캡슐이자 감정의 스위치다

냄새를 저장한다는 건, 감정과 기억을 아카이빙하는 감성 과학의 영역이다.

 

직업의 의의와 미래 가능성 – 기억과 감정을 보존하는 사람들


1) 이 직업이 갖는 철학적 가치
‘기록되지 않은 것의 기록’
→ 후각은 문서화되지 않고, 사진에도 남지 않음
→ 하지만 삶의 깊은 층위에 자리한 정보

기억과 감정의 지속성 확보
→ “엄마의 가방 냄새”, “첫사랑의 옷장 냄새” 같은 향은 개인사에서 매우 강력한 정체성 단서
→ 그것을 과학적으로 잡아내고 보존함

다중 감각 기반의 아카이브 철학 제안
→ 청각, 시각, 후각이 모두 존재하는 감각 박물관 시대를 여는 역할

 

2) 어디서 활동할 수 있나?
분야                                        활동 내용
박물관/문화재기관                 전시를 위한 역사적 공간 냄새 재현
향기 기반 마케팅 기업            브랜드 향(시그니처 향기) 개발 및 기록
문학·예술 프로젝트                후각적 인터랙션 콘텐츠 기획
도시 아카이브 프로젝트        도시의 계절별 향기 수집 및 기록
AI·디지털향기 스타트업         향기 데이터 수집 및 플랫폼화


3) 미래 전망
향기 아카이브 플랫폼 구축
온라인상에 향기 정보를 메타데이터로 저장하고, 향을 호출하면 디바이스에서 재생

NFT 향기 저작권 개념 등장 가능

기후 변화와 향기 보존
기후 변화로 사라지는 식물, 토양의 향기를 문화유산으로 보존

향을 ‘기록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시도

직업적 확장성
향기 컨설턴트: 브랜드 공간 향기 큐레이션

향기 기반 치유사: 정서 안정, 기억 회복(예: 치매 환자 대상 향기 요법)

후각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VR/AR과 연계한 향기 인터랙션 설계

냄새를 기록하는 것은 결국 사라지는 시간, 존재했던 감정, 잊히는 공간을 지키는 일이다.

 

결론: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존하는 기술


‘냄새 아카이빙 전문가’라는 직업은 기묘하면서도 진지하다.
이들은 기록되지 않은 감각을 기록하고, 감정이 깃든 순간을 향으로 저장한다.

누군가의 생애 첫 책 냄새

떠난 이의 방에 남은 샴푸 향

사라진 도시 골목의 가스냄새와 흙냄새

이 모든 향은 사라지지만, 다시 불러올 수 있다면 그건 단지 ‘향’이 아닌 기억의 복원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냄새 아카이빙 전문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잊을 수 없는 것 — 그것을 기억하고 싶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욕망이 이 직업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