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말해주는 시대의 얼굴 – 조선의 색, 현대의 색
우리는 색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태도를 말하며, 문화를 담아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좋아하는 색과,
수백 년 전 조선 사람들의 색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을까요?
색채는 단순한 시각 요소가 아닙니다.
그 시대의 철학과 미의식, 사회 계층, 인간관계, 가치관을 모두 드러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시대와 현대의 색 인식의 차이를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며, 공예와 문화의 연결고리를 짚어봅니다.
색의 의미가 다르다 – ‘오방색’에서 ‘나만의 톤’까지
조선의 색은 철학이었다
조선시대 색의 중심은 오방색(五方色).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에서 유래된 다섯 가지 기본색입니다.
색상 방향 의미 사용 예시
청색 동 성장, 생명 학창기 아이들의 옷, 봄의 표현
적색 남 열정, 생명력 혼례복, 장신구
황색 중앙 균형, 황제의 상징 왕실 장식, 중요한 문서 테두리
백색 서 순수, 절제 상복, 일반 백성의 일상복
흑색 북 깊이, 침묵 선비의 갓, 밤 표현
즉, 색은 단지 예쁜 것을 넘어서
사람의 나이, 신분, 계절, 사건에 맞추어 ‘써야 하는’ 규범적 언어였습니다.
현대의 색은 자아의 표현이다
오늘날 색은 매우 개인적이고 감성 중심의 선택입니다.
“나는 쿨톤이라 연보라가 잘 어울려.”
“무채색을 입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아이보리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처럼 개인의 취향, 정서, 감정 상태에 따라 색을 선택합니다.
오방색의 상징성과 규범성을 버리고,
색은 나의 개성과 정체성,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색의 사용에서 나타나는 차이
항목 조선시대 현대
색의 기준 음양오행 철학, 신분 제도 개인 정체성, 감정 표현
색의 제한 엄격한 색 사용 규범 자유로운 색 사용
대표적 의미 상징, 사회적 질서 감성, 미적 취향
색의 조합이 다르다 – 상징적 대비 vs 감각적 조화
색을 조합하는 방식에서도 조선과 현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조선의 색 조합 – 상징의 조화
조선시대의 색 조합은 미적 감각보다 상징적 의미의 균형을 중시했습니다.
혼례 한복: 빨강(생명력) + 초록(번성) = 다산과 축복의 의미
궁중 복식: 노랑(왕권의 중심) + 남색(위엄)
어린이 옷: 오방색의 원색을 조화롭게 배열해 건강을 기원
이 조합은 시각적 대비보다는
철학적 균형과 상징의 대화로 이루어졌습니다.
현대의 색 조합 – 분위기와 트렌드 중심
현대의 색 배색은 감성 중심의 연출과 유행 코드에 의해 결정됩니다.
“톤온톤 배색” “톤인톤 조화”
파스텔, 누드톤, 올블랙, 무채색 믹스 등
심리적 안정감, 스타일,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
예를 들어 공예에서도
조선의 자수는 정해진 색 구성이 많았지만,
현대 자수나 소품 공예는 색 선택의 자유도가 훨씬 높습니다.
색 조합의 목적 차이
항목 조선시대 현대
색의 목적 의미 전달, 기원, 질서 유지 심리 표현, 감각적 즐거움
조합 방식 상징의 균형 시각적, 감정적 조화
변화 요소 명절, 계절, 신분 취향, 유행, 스타일
색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 – 색의 주체가 바뀌다
조선시대에는 사회가 색을 결정했고,
현대는 개인이 색을 선택합니다.
이 차이는 공예를 포함한 모든 시각예술, 패션, 공간 디자인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조선 공예의 색
자수: 매화는 연분홍, 국화는 노랑, 연꽃은 자주 → 사군자 상징
칠기: 검은 바탕에 금박이나 빨강 포인트 → 권위와 정중함
한지 공예: 염색은 식물성과 물감의 제한으로 선명한 원색 위주
색이 가진 의미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예에서도 색의 선택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색 자체보다 도안과 배치, 수공 기술에 미적 가치가 집중됐습니다.
현대 공예의 색
자수: 자연색과 인공색의 경계를 넘나듬
가죽공예: 염색 기법, 음영 강조, 페인트와의 믹스
자개: 전통적 남보라 외에도 핑크, 그린, 오팔톤 등 현대적 컬러 사용
천연염색: ‘조용한 색’에서 ‘현대적 패턴’으로 진화
현대의 색은 개인의 취향과 감성, 브랜드 철학을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하며,
공예가 예술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가지는 핵심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 색은 시대를 말한다
색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는 문화적 언어입니다.
조선의 색은 상징과 질서, 기원의 언어였다면,
현대의 색은 감성과 자유, 표현의 언어입니다.
이 두 세계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공예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그 표현 방식이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공예를 하거나, 색을 고를 때
잠시 ‘이 색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지?’
‘조선의 누군가는 이 색을 어떻게 썼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색채 실험이 될 것입니다.